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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해직교사들 원상회복 언제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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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기사입력 2020-09-16

전교조가 마침내 합법노조가 됐다. 1989년 결성한 교직원노동조합은 합법과 법외노조 그리고 다시 재합법의 과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 파란만장의 세월이었다. 박근혜정부가 학교민주화와 사학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해직된 교사 9명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2013년 법외노조를 통보함으로써 31년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다. 촛불정부를 자칭한 문재인대통령조차 외면한 전교조 합법화는 마침내 대법원이 법외노조 취소판결을 함으로써 합법 전교조는 무너진 교육을 바로 세울 책무를 맡게 됐다.



1989년 “참교육 실현”을 외치며 출범한 전교조. 노태우정권이 1,527명의 전교조 가입 교사를 교단에서 쫓아낸 지 1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버티어오다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합법화됐다. 전교조는 합법화됐지만 노태우정부가 해직시킨 1700여명의 교사들은 3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상회복을 못해 온갖 불이익을 당하며 살고 있다. 세상 사람들에게 까마득하게 잊혀진 창립과정의 해직교사. 최근 해직 1호, 구속 1호 신맹순선생님이 폐휴지를 주워 살아가는 이야기가 한겨레신문에 소개되면서 그들의 삶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복직했는데 왜 불이익을 당하며 살고 있나요?” 대부분의 국민들은 원상회복 얘기를 하면 의아해 한다. 복직을 했으니 당연히 원상회복이 된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1989년 해직된 1,527명은 1993년 6월16일 법원으로부터 전교조 해직교사 해임 무효 소송 승소 판결을 받고 1994년 1,329명이 복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은 원상회복이 아니라 신규채용형식으로 교단에 돌아온 것이다. 신규채용형식이란 임용고시에 합격해 발령을 받듯이 발령을 받은 것을 말한다. 그 후 이들에게 ‘민주화유공자’도 아닌 ‘민주화운동관련자증서’ 한 장을 받은 것 외에는 그 어떤 보상도 없이 3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해직교사들이 원상회복 요구를 못했던 이유>


1989년 해직된 교사들의 5년간의 삶은 참혹했다. 전교조에 대한 정권의 탄압은 집요했다. 전교조 가입교사를 찾기 위해 행정기관이 총동원되고 검찰, 경찰, 안기부, 보안사, 전국 시·군 교육청과 시·도 교육위원회, 각급 학교 등 총 11개 기관이 전교조교사 식별법까지 만들어 빨갱이 색출작전(?)으로 몰아갔다. 존경받는 교사가 요주의 인물이 되어야 했던 그들의 삶은 만신창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그들… 신맹순 선생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노령에 암까지 찾아와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낼 경제력은 말할 것도 없고 해직의 충격으로 가정이 파탄나고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비참한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견디다 못한 해직교사들 중에는 전임을 포기하고 막노동이며 택시 운전도 불사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전교조관련 해직교사뿐만 학교에 남아 있던 조합원들도 그 후 학교민주화투쟁이나 사립학교민주화투쟁으로 해직된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노태우가 그들의 불의를 감추기 위해 전교조교사를 빨갱이로 몰아 또 다른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탄압은 친하게 지내던 친구며 이웃조차 멀어지고 자녀들조차 학교에서 같이 놀 친구도 없이 외톨이가 되어야 했다. 1989년 전교조관련 해직교사가 복직된 후에도 이들은 길게는 8~10년간의 해직생활을 감내해야 했다.


정권이 바뀌고 김영삼정부의 항복선언 요구에 결국 조직적인 차원에서 굴욕적인 신규채용형식의 복직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신규채용’형식의 복직은 해직기간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바람에 연금수혜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했다. 해직기간의 불이익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전교조가 법원으로부터 합법판결을 받았으면 당연히 해직기간의 경제적,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게 이치에 맞다. 더구나 그들은 실정법 위반자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아닌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하겠다고 신념을 굽힐 수 없다는 이유로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정부가 그들을 해직시킨 것이 잘못이라고 민주화유공자 관련자로 인정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역대 정부는 3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가?


89년 해직교사들에 대한 고충을 보살피고 배려해야겠지만 전교조는 정부의 모진 탄압으로 그럴 여유를 갖지 못했다. 2013년 박근혜정부는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학민주화투쟁을 비롯한 학내 민주화투쟁에서 해직된 33명의 교사들이 해직되고 합법화 싸움으로 89년 해직교사는 전교조에서조차 서서히 잊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31년의 세월은 89년 해직교사들을 6~70대의 노인으로 만들었다. 이미 절반에 가까운 동지들이 떠나보내고 더 이상 명예회복과 원상회복을 미룰 수 없다는 요구는 2018년 마침내 원상회복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촛불정부로 자칭한 문재인 정부조차 외면한 전교조 법외노조 합법화는 7년이 걸려 대법원이 해결했지만 89년 해직교사의 원상회복은 언제쯤 가능할까?


<김용택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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